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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전통 공간은,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한계와 부딪히면서 점점 우리의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일까, 아궁이나 좌식 거실을 비롯한 전통 공간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면 마치 숨은 보석을 찾은 것처럼 작은 기쁨이 마음을 울린다. 현대식 생활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전통 공간을 잊고 지냈지만, 그래도 많은 이의 마음속엔 전통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전통의 감성과 현대의 편리함을 모두 누리고자 한다면 이 둘이 공존하는 공간을 연출해보는 건 어떨까. 전통 공간이라 하여 무조건 한옥 인테리어를 고집하란 법은 없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거실을 좌식 스타일로 꾸며보길 권한다. 오늘 homify가 소개할 근사한 좌식 인테리어를 통해 현대적 공간 속에 전통적 감성을 담아내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수납장이나 만들 때나 사용될 줄 알았던 단단한 합판은 사실 좌식 거실 인테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점적인 자재다. 더욱 가치 있고 완성도 높은 좌식 인테리어를 연출하고 싶다면 합판을 활용하여 평상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아무리 난방이 설치된 바닥이라지만 바닥에 그냥 앉는 것과, 합판으로 단을 쌓아 만든 평상에 앉는 느낌은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는 작지만 기능적인 원룸의 경우, 바닥 절반에 달하는 부분에 평상을 만들어 좌식과 입식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평상 아랫부분엔 다양한 크기의 서랍이 자리하며, 좌식 테이블은 사용하지 않을 시 아래로 넣어둘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소소한 놀라움이 가득한 이 원룸은 대만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전문가 Her Guang Design 에서 선보였다.
각 나라마다 그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해주는 대표적인 전통 공간이 있다. 시원한 대청 마루나 구들장이 깔린 온돌방이 우리나라의 전통 공간이라면, 일본의 경우 단연 다다미방을 손꼽을 수 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만큼이나 현대적 공간에 익숙한 나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다미방은 여전히 많은 일본 가정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평범한 다다미방을 넘어, 여기에 서재 등의 새로운 공간을 접목해보는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진 속 공간을 연출한 일본의 건축가 Tamura Architects 는 책장과 테이블이 더해져 서재의 기능을 겸할 수 있는 다다미방을 선보였다. 다다미 평상 아래 공간을 서랍장으로 활용한 점 또한 눈여겨볼만한 아이디어다.
국내 건축가 OBBA 와 감각적인 건축주 부부가 합작으로 완성한 홍제동 주택은, 작지만 기능적이며 좌식과 입식의 편리함을 고루 갖춘 매력적인 공간이다. 소형 주택 프로젝트인 만큼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동원되어 한정된 공간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내야 했다. 실내에 여러 가구를 두기보단, 빌트인 방식으로 벽면과 가구가 하나가 되어 공간이 최대한 넓어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한, 주방 아일랜드 앞에 바로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거실 바닥을 일정한 높이로 올려 좌식으로 계획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별도의 다이닝 테이블이나 의자가 필요하지 않아 공간을 절약함과 동시에 좌식 생활의 구수한 매력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이다.
아파트는 편리한 생활과 좋은 접근성 등의 여러 장점을 지니는 반면, 획일화된 공간 구조로 인해 다소 삭막하고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싱글 세대는 작지만 기능적이고 평범한 원룸보다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복층 아파트를 선호하기도 한다. 더욱 아늑하고 정서적인 복층 인테리어를 연출하고 싶다면 여기에 좌식 인테리어를 접목해보는 건 어떨까. 사진 속 복층 아파트 리모델링을 맡은 국내 건축가 이데아키텍츠 는 아래층과 위층 모두 좌식으로 연출했다. 아래층 거실엔 좌식 의자와 테이블로 소박하게 꾸몄고 보슬보슬한 러그를 깔아 아늑함을 더했다. 위층엔 거실 쪽으로 기다란 테이블을 달아 작은 서재 겸 침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 테이블은 업무 공간과 동시에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되어준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로 발전하게 되면서 한옥은 도심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귀한 존재가 되었다. 도심지에 한옥 한 채를 마련하려면 아파트 분양 이상으로 많은 예산이 소요될 정도이니 한옥은 이제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한옥의 고즈넉한 매력에 푹 빠져있지만 한옥을 짓자니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한옥 인테리어를 시도해보길 권한다. 현대적인 공간에 한옥의 핵심적인 요소를 차용하여 완성한 한옥 인테리어는 현대의 편리함과 전통의 감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사진 속 공간을 연출한 건축가 (주)홈스토리 는, 창가 쪽 거실을 평상형으로 계획하고 그 위에 고가구와 좌식 의자를 매치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높은 천장을 가진 주택을 위해 건축가 홈스타일토토 는 좌식 거실과 복층 다락방이 하나가 된 공간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사용하기 애매모호한 비정형적인 공간에 특히 응용해보기 좋은 아이디어다. 바닥과 벽면의 형태를 따라 합판을 재단하여 평상을 만들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좌식 거실이 완성된다. 천장 높이가 여유롭다면 그 위에 복층 다락방을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수많은 식당 중에서도 좌식으로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은 왠지 모르게 더욱 정감 있고 친근한 느낌이다. 전통 공간의 그런 친근함을 우리 집 안으로 들이고 싶다면 인테리어 전문가 핸디디자인 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주목해보자. 전체적으로 모던한 디자인으로 연출된 주방 한켠엔 주방 아이랜드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좌식형 다이닝 룸이 자리하여 생활의 편리함과 전통적 감성을 더한다. 소박한 느낌의 정방형 좌식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 룸이지만, 그 어떤 근사한 다이닝 룸보다도 마음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듯하다.
